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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기가 막혀(2016.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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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1회 작성일 16-10-24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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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탄생한 지 570돌을 맞았다. 훈민정음을 반포한 1446년 10월9일을 한글날로 삼은 것이다. 한때, ‘암글’ 또는 ‘언문(諺文)’이라고 멸시당한 한글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 한글을 문자가 없는 나라에 쉽게 배워 쓰라고 빌려주기까지 했다. 또 다른 한류 바람을 탄 것이다. ‘아·바·다·빠’(아름, 바름, 다름, 빠름)로 상징되는 한글의 위대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아름다운 이름 때문에 찾은 밥집 ‘달보드레’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달콤하다는 뜻을 형용하는 말인데 입속에 굴려보면 보드라운 느낌까지 든다. 홈페이지인지 누리집인지를 찾으니 ‘인트로닥션’에서 소개를 하고 ‘갤러리’에 사진을 담아 보여준다. ‘달보드레’ 식당 옆방에 찻집을 두고 식사 후 거기서 차 한 잔하고 가라한다. 그 이름이 카페 ‘블루에블랑’이고 ‘건강한’ 유기농 재료에 이태리 산 ‘일리’ 원두만을 사용한단다. 재료가 건강한 건지 싱싱한 건지는 헷갈린다. ‘브런치’를 오후에는 5시부터 7시까지 주문할 수 있다한다. 하기야 점심을 저녁때에 먹을 수도 있으니. 우리 말, 우리 글이 쓰이는 혼란스러운 현장이다.

외래어인지 외국어인지는 그렇다 치고 한자어에 대해 할 말이 많다. 1970년부터 시행해 온 한글 전용정책에 대해서다. 한자어를 순화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것이야 당연지사. 그런데 강단에서 해가 갈수록 힘들고 지친다. 나는 주로 신입생을 맡아 가르치는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자를 적어주면 읽지를 못한다. 한자로 제 이름을 제대로 적는 학생이 없는 실정이다.

양도와 양수는커녕 차용과 대여를 모르니 임차와 임대를 구분하지 못한다. 잉여(剩餘)를 들어본 적이 없고 부도의 도(渡)를 모르니 그 뜻을 알 턱이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단어 약 51만개 중 한자어가 58.5%다. 고유어는 25.5%로 한자어의 절반이 안 된다. 한자를 아는 사람은 한글 전용을 해도 된다. 그러나 한자를 아예 모르는 학생들은 어떻게 소통을 하겠는가? 흥부만 기가 막힐 일이 아니다. 소통을 하자면서 단절을 하게 만드니. 이 한글날에 기가 막힌다.

* 이 글은 경남대학보 1062호(10월 12일자)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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