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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투를 기억하는가?('0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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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유타코리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7회 작성일 04-09-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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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우거지고 보리가 패어 익고 있다. 걸으면 등에 땀이 배어나는 5월이 되어도 냉랭한 분위기의 춘투(春鬪)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춘투에 불이 붙었다.

5ㆍ16이후 ‘잘살아보세’나 ‘재건합시다’로 통하던 춘궁기에는 끼니를 때우는 것이 과제였고 보릿고개를 넘기는 일에 고통이 많았다. 새마을 운동과 농지개량, 영농개선에 이어 수출만이 살길이라 하여 중화학ㆍ기계공업 중심의 기간산업(基幹産業)에 집중하였다. 기간산업이란 철강이나 기계, 금속, 석유, 동력 등 다른 산업부문을 이끌고 지원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이어서 도시 중심의 공업화에 사용자로 하여금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게 하였고 수출로 인한 외화획득이 국가의 권위를 세울 수 있는 자립기반을 형성하는 길이었다. 따라서 도시에 비해 농촌, 공업에 비해 농업, 사용자에 비해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 왔다고 볼 수 있다. 성장을 추구하는 정책에서 분배는 경시되기 쉽고, 정당한 노조와 노동자의 주장이 그들의 과격한 표현 때문에 역효과를 본 경우도 많았다.


실업이란 일할 능력과 의사를 갖고 있는 14세 이상의 노동 가능 인구(학생, 군인, 주부, 노약자 등 비경제 활동 인구는 제외)중에서 취업의 기회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만성적 장기 실업으로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실업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첨단제품은 단순 노동자보다 연구개발등 전문 인력을 더 필요로 하고, 노동집약적 업체들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주하여 국내에는 지식노동자나 지식서비스업을 제외한 일자리는 거의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실업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은 실업문제 때문에 명분이 약화되고 있다. 주 5일 근무제가 완전 실시되면 기업은 생산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고 남는 것을 노사가 나누어 갖는 성과급이 환영받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문제는 심각하다. 비정규직은 임시직, 일용직, 파견근로자, 파트타임 근로자 등으로 동일 노동에도 동일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규직도 회사에 따라 급여수준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의 인건비는 동일 업체에서 정규직의 60-70% 정도라고 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동력의 착취라는 주장이고 기업 측에서는 시장원리에 의한 유연한 노동력의 활용이라는 관점이다. 공급이 없으면 당연히 정규직만 쓰게 될 것인데 실업률이 높아 근로자가 비정규직이라도 취업을 원하니 쓰게 된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하여 어떠한 정책이 옳은 지는 사후에 결과로 평가되기 때문에 채택하는 것이 쉽지 않고 실패했을 때는 이미 늦기 때문에 정책의 결정은 대단한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경기의 부양과 노사문제는 간단히 풀 수 없는 문제라서 당정간에, 정부의 부처간에도 이견이 많고, 학자들 간에도 주장이 다르다. 최근에 정책실명제가 제기되었는데, 입안자와 결정자에게 적어도 오판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우게 하자는 취지여서 반가운 일이지만 도입여부는 미지수다. 당정과 노사가 성장과 분배를 두고 공방이 치열한데 실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높은 실업률에도 정작 필요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보면서 보릿고개가 사라진지 30 여년 후 새로운 실업 고개를 어찌 넘을지 혜안(慧眼)이 아쉽다.

조기조(曺基祚, Kijo Cho) 교수, 유타코리안 뉴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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